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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아침, 코야 제발

— 인생에서 가장 긴 4시간 40분 —​수능 전날 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했다.​비염 때문에 코가 막혀 숨쉬기가 불편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입으로 숨을 쉬면 목이 건조해지고,코로 쉬려면 막혀서 힘들고.​이 이중고가 하필 수능 전날 밤에 절정을 이루었다.​비염인들 다 아시죠?중요한 날일수록 비염이 더 심해지는 그 법칙. 마치 코가 달력을 보고 '오늘 중요한 날이구나, 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것 같다.​수능,면접,발표,소개팅.다 마찬가지다.비염은 절대 쉬어가지 않는다.​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을지 말지를 고민했다.비염약 먹으면 콧물은 줄어드는데 졸음이 온다.​4시간 40분짜리 시험에서 졸면 끝이다.안 먹으면 코는 계속 흐른다.​이 비염인 수험생들의 최대 딜레마.나는 반 알만 먹기로 했다...

비염일기 2026.04.14

향기를 모르는 코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능력 상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물어왔다."야, 이 향수 어때? 나한테 잘 어울려?"​그러면서 손목을 내 코 앞에 가져다 댔다.나는 잠깐 고민했다.뭐라고 해야 하지?​사실 냄새가 거의 안 났다.아주 희미하게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그 애매한 느낌.​"응..? 좋은 것 같은데ㅎㅎ?"나는 적당히 대답했다.​친구는 만족해했다...^^ 비염이 오래되면 후각이 약해진다.​이건 비염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코 점막이 늘 부어있으니,냄새 분자가 후각 수용체까지 제대로 닿지 못하는 거다.​나는 이 사실을 의학적으로 알고 있다.간호사니까.​근데 안다는 게 위로가 되냐면,그건 또 아니다.​커피 향을 잘 못 맡는다.빵 굽는 냄새가 희미하다.​봄비 내린 후 흙냄..

비염일기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