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춘기와 비염의 최악의 만남 —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봄,
나는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나는 어떻게 생겼지?'를 의식했다.
사춘기가 온 거다.
사춘기가 오면서 내가 가장 먼저 신경 쓰인 건 여드름이 아니었다.
코였다.

비염 때문에 늘 빨갛고 부어있는 코.
다른 친구들의 오뚝하고 예쁜 코와 다른 내 코.
그 차이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BB크림을 처음 발라봤다.
코 위에 빨간 코를 가리려고.
근데 비염이 있으면 코를 자꾸 만져 BB크림이 다 지워진다.
1교시 끝나면 이미 없어진다.
화장품의 패배.
그 무렵, 우리 반에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겼다.
어느 날 그 애가 옆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물어왔다.
그 순간, 내 코는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췄다.
주르륵.
비염인 여러분, 이런 경험 있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하필 그 순간에, 콧물이 흐르는 그 배신감.
평소엔 그냥 닦으면 됐는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 동작 하나가 너무 창피해서 손도 못 움직이는 그 마비 상태.
나는 손가락으로 코 아래를 지긋이 눌렀다.
흐르지 않도록.
문제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콧물을 막는 그 멀티태스킹.
얼굴은 빨개지고, 목소리는 살짝 코맹맹이 소리가 나고.
체육 시간도 문제였다.
달리기를 하면 비염이 터진다.
몸이 달아오르고 혈액순환이 빨라지면 코 점막이 자극받아서 콧물이 줄줄 흐른다.
이거 운동하는 비염인들 다 알죠?
800m 달리기 기록 측정 날, 나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동시에 코를 풀었다ㅋㅋ
기록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야, 달리면서 코 풀면 어떡해' 하셨다.
뒤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씩씩하게 웃었다 웃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때부터 배웠다 먼저 웃으면 창피함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걸.
지금 중고등학생인 비염 친구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코가 빨갛고 킁킁거려도 너는 충분히 예쁘고 멋있어."
그리고 그 좋아하는 남자애는 사실 그다지 오래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그저 추억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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