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일기

약도 못 먹는 10개월

코맹맹이 솔이 2026. 4. 20. 22:03

—  임신과 비염의 최악의 조합  —

임신 테스트기 양성.

 

그 두 줄을 보고 처음 든 감정이 기쁨이었냐고?

물론 기쁨이 먼저였다.

그 다음 5초 뒤에 든 생각은 이거였다.

'10개월 동안 비염약을 못 먹겠구나.'

비염인 임신부들, 이 감정 알죠?

그 두 줄을 보는 순간 행복 반, 막막함 반.

임신 중 복용 금지 약 목록에 내가 쓰는 비염약들이 다 들어 있다는 걸 이미 간호사로서 알고 있었으니까.

식염수 세척이 주력 무기가 됐다.

아침저녁으로 코를 세척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세척하다가 물이 귀로 들어가기도 했다.

간호사인데 코 세척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우습기도 했다.

임신 6개월쯤부터 더 심해졌다.

임신 중에는 혈액 순환이 많아지면서 코 점막도 부어오른다.

'임신성 비염'이라고도 한다.

원래 비염인이 임신성 비염까지 더해지면,

그냥 10개월 내내 코로 숨 쉬기가 힘들다.

밤에 옆으로 누우면 아래쪽 콧구멍이 막혔다.

반대쪽으로 돌아누우면 그쪽이 막혔다.

배도 불러서 자세 바꾸기도 힘들고, 코도 막히고.

어떤 날은 정말 한숨도 못 잤다.

남편이 걱정했다.

"숨소리가 이상한데?"

"비염이지 뭐."

"어떻게 해줄까?"

"그냥 옆에 있어줘."

그 말이 진심이었다.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약도 못 먹고, 딱히 방법도 없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출산 후 며칠 뒤,

드디어 비염약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진통제도 아니고 비염약.

그 흔한 항히스타민제 한 알을 삼키면서 나는 진짜 눈물이 났다.

10개월 만에 먹는 비염약이 이렇게 감격스러울 줄 몰랐다.

남편이 옆에서 웃었다.

"약 먹고 그렇게 감격해?"

"10개월이야, 10개월. 너도 한번 참아봐."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이가 자라면서 나는 늘 걱정했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비염이 유전될까봐.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 성향이 있으니까.

아이가 네 살이 됐을 때,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이비인후과를 갔다.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했다.

나는 그날 아이를 안고 말했다.

"엄마 때문인가 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