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 당직과 비염 발작, 그 조합 —

응급실 야간 당직은 비염인에게 특별한 도전이다.
밤새 건조한 병원 공기 속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긴장 상태로 일하는 것.
이 조합이 비염에 최악이라는 건 시작하기 전부터 알았다.
첫 야간 당직 날.
저녁 7시에 출근해서 아침 7시까지 12시간 근무.
비염약은 출근 전에 먹었다.
근무 중에 졸리면 안 되니까 졸음 부작용 최소화 버전으로.
코 세척도 했다.
식염수 스프레이도 가운 주머니에 넣었다.
완벽한 준비.
밤 10시쯤부터 비염이 슬슬 깨어나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계속 돌고,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코 점막이 자극받는 거다.
자정이 넘어서 응급 환자가 들어왔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내가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하필이면 코가 더 심해졌다.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
5분의 틈을 만들었다.
화장실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코를 제대로 풀었다.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거울을 봤다.
눈 밑이 어둡고, 코가 빨갰다.
'괜찮아, 아직 8시간 남았어.'
다시 마스크를 올리고 나갔다.
새벽 3시에 동료 간호사 혜진이가 내 어깨를 살짝 쳤다.
"비염 심해?" 낮게 물었다.
"응, 좀."
"나도 비염 있어. 이거 써봐."
그녀가 작은 식염수 스프레이를 건넸다.
나는 그냥 울 뻔했다.
새벽 3시 응급실에서 동병상련의 식염수를 받는 그 순간이.
그 이후 혜진이와 나는 야간 당직 단짝이 됐다.
둘 다 비염이 있어서, 서로 화장실 타이밍을 봐주고,
식염수 스프레이를 나눠 쓰고,
심한 날엔 '오늘 나 좀 힘들어' 신호를 교환했다.
직장에서의 비염 연대.
이게 얼마나 든든한지 비염인들은 알 거다.
야간 당직을 몇 년 하고 나서 나는 몸의 패턴을 파악했다.
비염이 언제 심해지는지, 언제 잠깐 괜찮아지는지.
완치가 아니라 공존.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최선의 관리.
이게 비염인의 인생 전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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