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가 되던 날, 마스크가 방어막이 된 날 —
간호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늘 '사람을 돕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그게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부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마스크를 항상 쓸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도 있었다.
나는 20살 때 이미 알았다.
비염이 있는 내가 마스크 없이 일하는 직업은 힘들겠다는 걸.
의료직은 마스크가 필수다.
그게 나한테는 직업적 이점이었다.

이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직업 선택에 비염이 영향을 미쳤다니.
하지만 비염인 여러분,
이런 고민 해본 적 있죠?
직업이나 직장 환경을 고를 때, 비염 상태에 영향받은 적.
먼지 많은 환경은 안 되고,
건조한 사무실도 힘들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도 피하고 싶고.
(진짜 깐깐하네 내가 봐도...)
병원 실습 첫날.
마스크를 쓰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나 여기서는 킁킁거려도 덜 민망하겠구나!'
마스크 안에서 킁킁거리면 밖으로 소리가 안 나니까.
그 안도감이 진짜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왔다.
환자들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코맹맹이 목소리는 숨길 수가 없다.
비염이 심한 날에는 목소리가 달라진다.
어르신 환자 분이 물어봤다.
"간호사 선생님, 감기에요?"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비염이에요."
"어머, 비염이 그렇게 심해? 나도 코가 안 좋은데."
그분이 오히려 공감해주셨다.
그게 참 따뜻했다.
비염으로 인한 뜻밖의 환자-간호사 동병상련.
지금은 13년 차 간호사다.

마스크 쓰는 게 자연스럽고,
비염이 있다고 밝히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환자들 중에 비염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공감대가 생기기도 한다.
비염이 나를 간호사로 만든 건 아니다.
하지만 간호사로서 비염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나를 더 나은 간호사로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아픈 게 뭔지 아니까.
불편한 게 뭔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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